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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벤처, 함께 좀 큽시다”

Ola + Press 2009/02/24 13:39

블로터닷넷 이희욱 2009년 2월 22일  

“글로벌 기업에 있다가 국내 기술벤처로 와보니 새삼 실감하겠더군요. 대기업과 벤처가 함께 클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가 얼마나 절실하게 필요한 지를. 새삼 이런 얘길 한다고 뭐랄 지도 모르지만, 어쩝니까. 현실이 그런 걸.”

이구환(47) 올라웍스 신임 사장의 얘길 들으며 조금 아슬아슬하다 싶었다. 이구환 사장이 누군가. 대학 졸업 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만 21년동안 붙박이로 일한 ‘MS맨’ 아닌가. “남부러울 것 없는 세계 최고의 SW기업에서 임원까지 지낸 분이 벤처기업으로 옮겨선 ‘상생’을 얘기하니, 독자들에겐 뭔가 어색해보일 지도 모르겠네요.” 슬쩍 꼬집었더랬다. 그랬더니 잠깐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이내 웃으면서 되받는다. “그래도 어쩝니까. 여기 와보니 현실이 그런데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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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환 사장은 “요즘 기술벤처의 고민과 고충을 제대로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새 사령탑으로 맞은 올라웍스도 그런 ‘기술벤처’ 중 한 곳이다. ‘웹2.0′ 파도가 밀려오던 2006년 1월, KAIST 전자전산학과를 졸업한 류중희 박사가 설립한 올라웍스는 얼굴 자동인식과 자동태깅 기술 기반 SNS ‘올라로그‘로 일약 국가대표 ‘포토2.0′ 서비스로 주목받았다. 1년여 뒤인 2007년 1월에는 ‘진대제 펀드’로 알려진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를 비롯해 인텔캐피털 등 벤처캐피털 3곳으로부터 400만달러란 거금을 유치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시범서비스 단계에서 이같은 거액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물론 올라웍스가 지닌 기술력이었다.

헌데 2년여가 더 지난 지금, 올라웍스는 여전히 ‘기술벤처’다. 뚜렷한 성장곡선도, 화려한 뜀박질도 없었다. 기술력만큼은 정상급인데, 이를 수확으로 연결하는 데는 부족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모습은 그랬다는 얘기다.

이구환 사장은 “되돌아보면 올라로그가 조금 빨랐던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했다. “올라로그가 활성화하려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웹으로 공유하는 과정 자체가 좀더 쉬워져야 하는데, 사진을 찍고 웹에 올리는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고 일일이 사진에 태그를 다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었다”는 분석이다.

올라로그는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이 경험만큼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올라웍스가 가진 기술력에서 더 큰 잠재력과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얼굴 자동인식은 올라웍스가 가진 기술력 가운데 가장 구현하기 쉬운 기술일 뿐입니다. 우리 기술의 핵심은, 사진이든 동영상이든 그 속에 든 ‘데이터’를 찾아내 ‘정보’화하는 일입니다. 이를 우리는 ‘눈에 보이는 대로 찾아준다’고 표현하는 것이죠.”

좀더 쉽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등산길에 이름모를 예쁜 꽃을 발견했다 칩시다. 집에 돌아와서 어떤 꽃인지 찾아보려 해도, 이름을 모르면 찾을 방법이 없어요. 기껏해야 사진을 올려놓고 누군가 그 꽃 이름을 알려주길 기다릴 뿐이죠. 우리 기술은 그냥 사진만 올려도 자동으로 그 꽃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주는 식입니다. 얼굴인식이나 얼굴인지를 넘어, 일반 사물을 인지하고 인식하는 기술인 셈이죠.”

이구환 사장의 올라웍스 기술 자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물을 인지하고 인식하게 되면 예컨대 동영상 속에서 자동차가 들어오거나 사람이 지나가면 이것만 따로 분리해내거나, 한 동영상 안에서 특정 사물만 추적할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 골장면’을 검색하면 실제 동영상 속 박지성 골장면만 정확히 찾아주는 겁니다. 궁극적으로는 보이는 대로 찾아주는 기술이 실현되는 거죠.”

하지만 이같은 기술 경지에 올라서기까지 치른 대가도 적잖았다. 그가 공식 사장으로 취임한 지 이제 한 달째. 매일 직원들을 일대일로 만나며 들어본 바로는, 올라웍스는 생각보다 많이 지쳐 있었다. 2년전 수혈한 자금은 어느새 곳간에서 곶감 빼먹듯 줄어들었다. 올라로그처럼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도전하기엔 회사 금고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희망과 비전을 끊임없이 되새겨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건, 핵심 기술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데 따른 상실감이었다.

“그 동안 여러 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올라웍스 기술을 제공해왔는데요. 아직도 제대로 되려면 멀었어요. 대기업과 벤처기업간 거래가 그렇더라고요. 제값 주고 사서 쓰는 건 문제가 없는데, 실컷 서비스 컨셉트와 핵심 기술을 설명했더니 적당히 비슷한 걸 자기네가 만들어버려요. 이건 벤처기업엔 애당초 성장 기회를 박탈해버리는 행위입니다. 잘 키우면 더 좋은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함께 수익도 낼 수 있는데 말이에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1년동안 일하면서 국내 기술벤처와도 많은 일을 했는데, 요즘엔 진정한 상생의 생태계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기는 안 좋지만, 올라웍스가 지닌 기술에 대한 시장 요구는 무르익었다”고 진단했다. “최근 2~3년간 UCC란 이름으로 동영상 컨텐트가 엄청나게 모였잖아요. 이제는 쌓인 동영상들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무엇을 하든, 우선 순위는 정보를 분류하는 일입니다. 올라웍스가 지닌 기술이 거기에 필요할 테고요.”

회사 체력을 재충전하는 데도 힘을 쏟을 생각이다. “지금은 기술을 상용화할 단계를 밟고 있는데요. 어느 정도 완성도가 갖춰지면 중장기 경주를 위한 추가 투자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경기가 어려울 수록 기술벤처에 대한 주목도는 높아지니까요. 핵심 기술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고 다양한 활용분야를 접목하면 투자 유치는 어렵지 않다고 믿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대기업과 기술벤처가 함께 클 수 있는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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